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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열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6〉 어제도 그제도고양이 밥 주지 말라고 시비 걸던 남자 노인오늘도 난닝구 바람으로 나와 있네나도 모르게 고개 치켜들고그쪽 하늘 향해 미친 듯 소리 질렀네“루저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루저! 루저! 루저! 루저!루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구!”내 서슬에지나가던 청년 흠칫 쳐다보고노인은 꼬리
- 아기 앞에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5〉 아직 제가 태어나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몸이 생겼는지 모르는 것 같은 눈으로유아차에 앉아 있던 아기가내 눈과 마주친다, 순간아기가 다칠 것 같다내 눈빛에서 튀어 나가는 이빨과 발톱을어떻게 눈알에 붙들어 매야 하나 난감하다자신을 방어할 어떤 몸짓도 하지 않고아기는 편한 자세로 앉아 있다
- 토요일은 불꽃축제, 일요일은 마라톤…경찰, 오는 주말 도심 교통 통제 예고 오는 주말 열리는 불꽃축제와 마라톤 대회로 서울 도심 교통이 통제된다. 경찰은 혼잡에 대비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교통을 관리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5일 여의도 일대에서 열리는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 6일 세종대로 부근에서 열리는 YTN 서울투어마라톤 대회 개최에 따라 주말
- 분홍의 서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3〉 분홍 속엔 분홍이 없다흰색이 멀리 뻗은 손과빨강이 내민 손나와 당신이정원에서늙은 정원사처럼차츰 눈이 어두워지는사라지는 우리는분홍―서안나 (1965∼)초록으로 무장한 여름 한복판을 걷다 눈이 환해질 때가 있다. 아기 얼굴만 한 수국을 주렁주렁 매단 꽃나무와 마주하게 되거나 낭창하게 흐드러
- 삼 초만 보는 여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4〉 난 동물 짤을 좋아해삼 초의 돌입과 몰입이난 아이 짤을 좋아해삼 분의 희열과 집착이 되고난 춤 짤도 좋아해삼십 분의 중독과 세 시간의 망각이 되는(중략)삼 초의 빨판과삼 초의 갈고리에말을 잊고생각을 잊고시간을 잊고삼 초만 보는 내 뇌는 텅 빈 스크린나는야, 백 개의 눈을 가진 눈먼 아르
- 일련의 시도[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2〉 새로 살게 된 곳은 지대가 높아요. 가파른 골목에는 작은 세탁소 작은 꽃집 작은 전파사 그리고 작은 식당이 있어요. 작아서 모두 하나뿐이에요. 작은 식당은 슈퍼에서 가까워요. 영진슈퍼 앞 평상에는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할머니가 앉아 있어요. 할머니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부채질만 해요.
- 흐흐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0〉 이 신음(呻吟)이웃음이냐 울음이냐 바람새는 것이냐 흐흐흐그냥 흐흐흐그러고 만다가슴이 뽀개지는 아픔그것이 나의 생의 찬가(讚歌)다 가슴이뽀개져 쫙갈라지는 아픔 가슴이수직의 미소로 쫙 갈라져오물거리는 이아픔(중략)가슴이 쫙 뽀개져 새빨간초대형 가오리처럼 펄럭펄럭유영(游泳)하는 것그것이 나의
- 나의 사물됨[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1〉 나는 절반쯤은 개다. 나는 절반쯤은 풀꽃이고. 나는 절반쯤은 비 올 때 타는 택시. 나는 절반쯤은 소음을 못 막는 창문이다. 나는 절반쯤은 커튼이며. 나는 절반쯤은 아무도 불지 않은 은빛 호각. 나는 절반쯤은 벽. 나는 절반쯤은 휴지다. 절반쯤 쓴 휴지다. 네 눈물을 닦느라 절반을 써버
- 목소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9〉 길 끝까지 뻗어 있는 바람의 리듬을 기억하세요경쾌하게 무겁게 고통은당신의 눈을 두드려댑니다그런데 당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아까부터 당신은 그걸 느꼈지요가로수들은 스스럼없이 새로 틔운망각의 잎사귀를 흔듭니다세상은 초현실적인문장처럼 눈부시고 어둡습니다(중략)길 끝까지 뻗어 있는바람의 리듬을
- 공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47〉 ‘다 공부지요’라고 말하고 나면참 좋습니다.어머님 떠나시는 일남아 배웅하는 일‘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말하고 나면 나는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중략)날이 저무는 일비 오시는 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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