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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시인의 시 '청혼'
청혼 /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진은영
- 종이 / 진은영 태초에 하느님, 종이를 만드셨다. 종이로 수많은 별드을 접다가 피곤해지셨다. 종이 위에 은유의 침*을 흘리며 깊은 잠에 빠지셨어. 날개 달린 완전한 기쁨 멀리 달아난다. 그러면 얇은 피부의 파란 정맥같이 흘러가는 슬픔 하나 내가 그릴 수 있다. 고요히 펼쳐진 여기에 폭우는 잠시 내리지
- 생일 / 진은영 엮은 부재의 장미꽃 한 다발을 당신은 갈비뼈를 뽑아 남자 대신 나를 만드셨다 흰 냉장고 문에 비친 피투성이 내 얼굴 불확실하게 반짝거린다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진은영 #생일
- 조직생활자 / 진은영 그대는 오르페우스와 정반대의 혀를 가지고 있구나 그자는 목소리로 모든 것을 기쁨으로 이끌었니만...... ㅡ 아이스킬로스, 『아가펨논』 커튼이 아니다. 나는 드리워져 있지 않다 해 드는 일
- 카살스 / 진은영 심장 속에서 시간의 보석을 부수고 있다 음악은 ㅡ 무의미 우주 끝까지 닿아 있는 부드러운 달의 날개 아래서 길들은 펼쳐졌다 잠이 들었지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진은영 #카살스
- 모자 / 진은영 마술사의 모자 속에는 무엇이 남을까 제일 먼저 비둘기 그리고 분홍 토끼가 뛰어나온다 권태의 탁자에 은색 클립처럼 작은 번개가 치고 잘 마른 표면이 쩍 갈라지지 젖은 깃털들의 폭소폭소 사랑하는 이의 모자 속에는 무엇이 남을까 가슴이 먼저 튀어나오고 두 손이 공손히 머리를 벗어 들고 담아옫
- 사랑합니다 / 진은영 너는 말했다 아름다운 밤들이 모래처럼 쌓인 사막이 있을 거야 밤이 에나멜 구두처럼 반짝거렸다 맨발로 어디든 ㅡ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진은영 #사랑합니다
- 어울린다 / 진은영 너에게는 피에 젖은 오후가 어울린다 죽은 나무 트럼펫이 바람에 황금빛 소음을 불어댄다 너에게는 이런 희망이 어울린다 식초에 담가둔 흰 달걀들처럼 부서지는 희망이 너에게는 2월이 잘 어울린다 하루나 이틀쯤 모자라는 슬픔이 너에게는 토요일이 잘 어울린다 부서진 벤치에 앉아 누군가 내내 기다
- 청혼 / 진은영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 사랑의 전문가 / 진은영 물 위를 떠돌며 영원히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주)문학과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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