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잃고 얻은 것[이준식의 한시 한수]〈382〉 평생 담박하게 살아왔으니, 닭 한 마리 없어졌다고 아이야, 그리 애태울 것 없다.집집마다 놀고 있는 솥과 아궁이가 있으니, 삶든 볶든 제 마음이지.국을 끓여 먹는 자에겐 구운 떡 세 개 보태 주고, 지져 볶아 먹는 자에겐 후추 한 줌 보태 주어라.도리어 내가 주인 노릇하며 대접할 일 덜
- 신혼에 취한 사내[이준식의 한시 한수]〈380〉 옥처럼 맑고 고운 살결. 낭랑한 목소리로 부르는 ‘도금호’ 노랫가락.버들처럼 늘씬한 자태야 익히 보았지만, 어찌 그대와 같으리오. 이월 초 두구 가지 끝에 막 피어난 꽃이 아니던가.젊은 시절은 잠깐이오. 이 좋은 때, 취할 틈을 얻었구나.비단 장막은 은빛 촛불 뒤로 드리워졌으니 한껏 즐
- 노래 값, 시 값[이준식의 한시 한 수]〈381〉 열 살 조그만 아이, 노래 잘해 천자를 뵙네.예순의 외로운 노인, 시 잘 지어도 홀로 강가에 섰네.지난해 서경의 한 사찰, 뭇 악공들 강경(講經) 법회에 모여목청 높여 ‘죽지사’ 부르며, 좌선하는 스님을 공양했네.시 잘 지어도 노래만 못하다니, 서글피 ‘시경’ 삼백 편을 바라보네.(十歲
- 농담 속 경의[이준식의 한시 한 수]〈379〉 반과산 머리에서 두보를 만났더니,한낮의 해 아래 삿갓을 쓰고 있었네.묻노니, 헤어진 뒤 어찌 이리 수척해졌는가.아마 지난날 시 짓느라 몹시 애쓴 탓이리라.(飯顆山頭逢杜甫, 頂戴笠子日卓午. 借問別來太瘦生, 總爲從前作詩苦.)―‘두보에게 장난삼아 주다(희증두보·戱贈杜甫)’ 이백(李白·701∼
- 늦게 찾아온 맑음[이준식의 한시 한수]〈378〉 깊은 거처에서 성곽을 굽어보니, 봄 가고 여름인데도 맑고 서늘하다.하늘은 그늘진 풀을 가엾이 여기고, 세상은 늦게 갠 하늘을 더욱 귀히 여기네.높은 누각 또한 한층 아득해 보이고, 작은 창엔 은은한 저녁빛 스며드네.남방의 새는 젖었던 둥지가 다 마르자, 돌아가는 날갯짓이 한결 가볍구나.
- 고요 속으로[이준식의 한시 한 수]〈377〉 향적사가 어디 있는지 모른 채, 구름 걸린 봉우리로 몇 리를 들어가네.고목 우거진 길엔 사람 자취 없고, 깊은 산 어디선가 종소리 들려온다.샘물은 험한 바위에 목메고, 햇살은 푸른 솔 사이에 서늘하다.저녁 어스름 텅 빈 연못가, 참선 속에 마음의 독룡을 다스리노라.(不知香積寺, 數里入雲
- 여름꽃을 보았는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376〉 여름 가지는 이미 짙은 푸름, 붉은 꽃받침은 선명히 달려 있다.한낮의 햇살은 이글이글, 꽃빛은 타오르는 불길 같구나.바람에 뒤채어 잠시 어지럽더니, 물에 비치자 다시 곱게 빛난다.돌아와 창가의 글자를 보아도, 눈앞엔 아직 환한 빛이 가득하네.(夏絛綠已密, 朱萼綴明鮮. 炎炎日正午, 灼灼火
- 오래 남는 밤[이준식의 한시 한수]〈375〉 달은 하늘 한가운데 이르고,바람은 물 위로 스쳐 오네.한결같이 맑은 이 정취를,아마 아는 이 적으리라.(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맑은 밤에 읊다(청야음·淸夜吟)’ 소옹(邵雍·1011∼1077)현대인은 밤에도 좀체 쉬지 못한다. 몸은 멈춰도 마음은 여전히 분주
- 술의 깊은 맛[이준식의 한시 한 수]〈374〉 친구들이 내 취향을 잘 알아, 술병 들고 함께 찾아왔네.잡초 깔고 소나무 아래 앉으니, 술 몇 잔에 벌써 취해 버렸네.마을 노인들도 뒤섞여 두런거리고, 술잔 돌리는 순서도 흐트러졌네.내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데, 다른 것이 귀한 줄 어찌 알랴.몽롱히 취해 세상에 매인 마음이 느슨해지니,
- 작은 정성[이준식의 한시 한수]〈372〉 폐병을 앓은 지 오래되어, 강가에 새 거처를 정했네.시끄럽고 비루한 세속을 이제 피했으니, 탁 트이고 상쾌해 자못 살만 하구나.초가에 손님이 찾아왔으니, 아이 불러 갈건(葛巾)부터 바로잡게 한다.손수 가꾼 채소 싹이 아직 성기건만, 조금이나마 뜯는 건 정이 두터워서라네.(患氣經時久, 臨
1 페이지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