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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열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6〉 어제도 그제도고양이 밥 주지 말라고 시비 걸던 남자 노인오늘도 난닝구 바람으로 나와 있네나도 모르게 고개 치켜들고그쪽 하늘 향해 미친 듯 소리 질렀네“루저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루저! 루저! 루저! 루저!루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구!”내 서슬에지나가던 청년 흠칫 쳐다보고노인은 꼬리
- 아기 앞에서[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5〉 아직 제가 태어나지 않은 것 같은 표정으로몸이 생겼는지 모르는 것 같은 눈으로유아차에 앉아 있던 아기가내 눈과 마주친다, 순간아기가 다칠 것 같다내 눈빛에서 튀어 나가는 이빨과 발톱을어떻게 눈알에 붙들어 매야 하나 난감하다자신을 방어할 어떤 몸짓도 하지 않고아기는 편한 자세로 앉아 있다
- 분홍의 서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3〉 분홍 속엔 분홍이 없다흰색이 멀리 뻗은 손과빨강이 내민 손나와 당신이정원에서늙은 정원사처럼차츰 눈이 어두워지는사라지는 우리는분홍―서안나 (1965∼)초록으로 무장한 여름 한복판을 걷다 눈이 환해질 때가 있다. 아기 얼굴만 한 수국을 주렁주렁 매단 꽃나무와 마주하게 되거나 낭창하게 흐드러
- 삼 초만 보는 여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4〉 난 동물 짤을 좋아해삼 초의 돌입과 몰입이난 아이 짤을 좋아해삼 분의 희열과 집착이 되고난 춤 짤도 좋아해삼십 분의 중독과 세 시간의 망각이 되는(중략)삼 초의 빨판과삼 초의 갈고리에말을 잊고생각을 잊고시간을 잊고삼 초만 보는 내 뇌는 텅 빈 스크린나는야, 백 개의 눈을 가진 눈먼 아르
- 일련의 시도[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2〉 새로 살게 된 곳은 지대가 높아요. 가파른 골목에는 작은 세탁소 작은 꽃집 작은 전파사 그리고 작은 식당이 있어요. 작아서 모두 하나뿐이에요. 작은 식당은 슈퍼에서 가까워요. 영진슈퍼 앞 평상에는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할머니가 앉아 있어요. 할머니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부채질만 해요.
- 흐흐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0〉 이 신음(呻吟)이웃음이냐 울음이냐 바람새는 것이냐 흐흐흐그냥 흐흐흐그러고 만다가슴이 뽀개지는 아픔그것이 나의 생의 찬가(讚歌)다 가슴이뽀개져 쫙갈라지는 아픔 가슴이수직의 미소로 쫙 갈라져오물거리는 이아픔(중략)가슴이 쫙 뽀개져 새빨간초대형 가오리처럼 펄럭펄럭유영(游泳)하는 것그것이 나의
- 나의 사물됨[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1〉 나는 절반쯤은 개다. 나는 절반쯤은 풀꽃이고. 나는 절반쯤은 비 올 때 타는 택시. 나는 절반쯤은 소음을 못 막는 창문이다. 나는 절반쯤은 커튼이며. 나는 절반쯤은 아무도 불지 않은 은빛 호각. 나는 절반쯤은 벽. 나는 절반쯤은 휴지다. 절반쯤 쓴 휴지다. 네 눈물을 닦느라 절반을 써버
- 목소리[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49〉 길 끝까지 뻗어 있는 바람의 리듬을 기억하세요경쾌하게 무겁게 고통은당신의 눈을 두드려댑니다그런데 당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아까부터 당신은 그걸 느꼈지요가로수들은 스스럼없이 새로 틔운망각의 잎사귀를 흔듭니다세상은 초현실적인문장처럼 눈부시고 어둡습니다(중략)길 끝까지 뻗어 있는바람의 리듬을
- 공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47〉 ‘다 공부지요’라고 말하고 나면참 좋습니다.어머님 떠나시는 일남아 배웅하는 일‘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말하고 나면 나는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중략)날이 저무는 일비 오시는 일바
- 밥은 먹고 다니는지[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 〈48〉 내가 궁금한 것은 오래 앓던 병이 끝나고 듣게 되는 새소리는 어떤 것인지//내가 궁금한 것은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함께 쥐고 있는지//내가 궁금한 것은 갓 나온 떡을 식칼로 썰 때 날에 붙은 떡의 찰기는 어느 정도인지//그것은 인연이나 가족에 비할 만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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