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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진우 시인 12 白石 / 남진우 황사 자욱한 봄날 창문 걸어잠그고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거북이가 기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아주 먼 내륙에서 모래둔덕을 넘어 쉬엄쉬엄 하염없이 거북이가 기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등껍질처럼 마른 땅 갈라진 틈에서 기어나온 거북이가 지칠 줄 모르고 나를 찾
- 남진우 시인 13 시인의 집 / 남진우 죽은 시인의 생가는 길 가는 구름들로 붐빈다 비를 머금은 우울한 얼굴들이 식민지시대와 분단시대를 넘나들며 죽은 시인이 걸쳤던 양복과 코트와 베레모 사이를 스며들었다 빠져나온다 죽은 시인이 죽은 후 그의 음성은 마른 풀처럼 시들다가 누렇게 바랜 종이에 찍힌 활자로 부
- 남진우 시인 14 새 / 남진우 새는 그 내부가 투명한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물거품처럼, 부서짐으로써 스스로의 나타남을 증거하는 새는 한없이 깊고 고요한, 지저귐이 샘솟는 연못과 같다 - 남진우 시집 1997 저문 빛 / 남진우 저문 빛 물 위에 어리는 저문 빛 고요한 숲속 메아리는 지저귀고 내
- 남진우 시인 15 유리병에 담긴 소식 / 남진우 유리병에 소식을 적어 바다에 띄운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문지방에 도로 밀려와 있다 상어의 잇자국과 폭풍우가 머물다 간 흔적이 남아 있는 유리병 어둠의 물살이 핥고 지나간 자리에 서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조간신문을 주워든다 한때 망명 정부를 세우겠다는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