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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토 / 김용만 바람 부는 솔숲 아래 붉은 황토 깊이깊이 아버지 유골 가지런히 묻어두고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서울역에 내려서니 구두 끝에 묻혀 온 붉은 살 한점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황소 / 김용만 키우셨다 당신은 굶어도 소는 굶기지 않았다 연한 풀 뜯어다 한여름에도 소죽 쒀 먹였다 암소를 키우면 일 시켜야 하잖아요 소 대신 아버지가 힘써 일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호미 / 김용만 간밤에 비가 왔다 반가워 식전에 고구마밭 다녀와 호미 씻었다 호미도 닳는다 끝을 보라 날을 벼리는 나를 버리는 시작과 다짐은 언제나 다시 끝이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풋감 / 김용만 고샅에 세살배기 주먹 같은 풋감이 자꾸 떨어져 깨진다 가을도 오기 전 금이 간 푸른 생이 슬프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주)창비.
- 토끼풀꽃 / 김용만 말한 이는 낫날에 목이 날아갑니다 조용히 귓속으로 전하여 찔벅이며 눈짓하여 말없이 두 손을 불끈 들어 달뜬 강변에 와 ㅡ 와 ㅡ 일제히 웃었습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채송화 / 김용만 작고 여리지만 채송화는 한여름 더위 속에 핀다 좀만 더워도 사람들은 아이 더워 아이 더워 엄살떤다 실은 저그덜이 이 세상 불 질러놓고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주)
- 차마 / 김용만 시집 읽는다 밤새 눈 내려 쌓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에 별들 깊다 문밖을 나서려다 눈 귀한 데 살다 온 아내 위해 차마 마당에 내려서지 못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직심 / 김용만 줬다 산이 햇살이 어제보다 이뻐 보인다 안 하던 짓 해서 그런가 내일도 책을 많이 읽어야지 무슨 일이든 직심 있게 해라 아버지 내게 남긴 단 한마디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지지대 / 김용만 손가락 휜 시인네 말뚝이 쇠 말뚝이면 좀 그렇지 않은가 비 오고 바람 불어도 고개 숙이지 말아라 꺾여 쓰러질지라도, 살아온 삶이 이미 땜질 아니던가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 졸라 / 김용만 이른 아침 마당에 핀 채송화 보고 졸라 이쁘네, 한다 야가 비싼 돈 주고 학교 보냈더니 외국 말도 거침없네 대견하여 아침부터 나도 졸라 행복했다 ●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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