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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기억 쌓인 100년 된 집… 그 속에서 ‘짧은 귀향’ 느끼다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혼자 처음으로 긴 여행을 갔을 때 스케치북 첫 장에 외가댁을 그렸다. 아파트에서 줄곧 살아온 내게 박공지붕이 씌워진 집은 외가댁이 유일했다. 나중에 그런 형식을 ‘불란서 주택’이라 부른다는 걸 알았다. 프랑스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1970년대에 문화적으로 프랑스를 동경하면서 생긴 명칭이
- 천년의 녹음 지나 해탈에 다다르다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때론 형체 없는 영검함이 건축물을 대신하기도 한다. 양평군의 용문사(龍門寺)에는 속(俗)의 세계에서 대웅전으로 이르는 동안 신자들이 거쳐야 할 세 개의 문(三門) 중 마지막 문이 없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어 있던 그 자리에는, 천년을 산 은행나무가 서 있다. 산
- 쉼터 사라진 ‘도시의 거실’… 공연 없을 땐 텅 빈 광장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거실 한편에는 언제나 검은색 피아노가 있었다. 아버지는 누나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피아노를 사주셨고 피아노 학원도 보내주셨다. 물론 누나와 난 피아니스트가 되지는 않았다. 내가 유년 시절을 보낸 1980년대에는 피아노 구입이 유행이었다. ‘한국예술연구’에 실린 박혜성의 논문에
- 독립 서사 품은 ‘동양 최대 기와집’… 국민의 자리는 어디에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산을 등지고 서 있는 커다란 기와지붕과 그 앞에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쌍탑.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겨레의 탑’ 아래에 이를 때까지, 관람객은 이 장면을 바라봐야 한다. 탑을 지나도 관람객은 흑성산을 배경으로 ‘독립기념관’이라는 현판이 걸린 거대한 ‘겨레의 집’을 보
- 복잡한 도시 속 머물고 싶은 사옥… ‘美의 광장’이 되다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미술관을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휴일 볕 좋은 카페에서 한가로이 커피를 마실 계획은 틀어져 버렸다. “밖에 비도 오는데 커피는 여기서 마시자.” 커피와 케이크는 2층 카페에서 샀지만 자리는 3층에 잡았다. 사람들이 오가고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서
- 시선 잡는 종탑·세상 소음 끈 기도실… 안온함과 만나다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가끔 세상의 소음과 어수선함으로부터 몸의 모든 감각을 끄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종종 한적한 지방의 오래된 성당을 찾곤 한다. 미사 시간만 피하면 고요에 잠긴 성당을 온전히 거닐며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찾아간 성당에서 낯선 이의 결혼식 하객이 되기도 한
- 세가지 형태로 펼쳐지는 ‘고분’… 또 하나의 작품이 되다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 도시 경주(慶州)에서 가장 경주다운 풍경은 무엇일까?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와 같은 기념비적인 신라의 유산들이 보여주는 경관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나는 도심 한복판에 봉긋하게 솟은 고분군(古墳群)을 꼽는다. 물론 공주시, 부여군, 김해시에도 비슷한 형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