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나의 자살 연대기」 40. 자학 (2021년 9월, 10월) 어머니와 이모를 만났던 다음날 새벽 나는 5kg짜리 원판이 들어있는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깜깜한 거리에 가로등이 나의 그림자를 기다랗게 그려놓았다. 나는 길게 뻗은 내 그림자를 따라가며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죽기로 결정한 날이 다가오자 다시 찾아온 무기력증으
- 「나의 자살 연대기」 26. 부활 (2020년 9월) 내가 사는 집 바로 위층에 집주인 할머니가 산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었다. 그녀는 이 동네 할머니 클럽의 핵심 멤버로 아름이를 많이 예뻐해주고, 나를 아주 착한 녀석으로 좋게 봐주었다. 자살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어머니와 누나 외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할머니였다. 내가 죽었다는
- 「나의 자살 연대기」 25. 이별 (2020년 9월) 토요일이다. 마지막 날이다. 결국엔 이날이 오고야 말았다. 지난 며칠간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힘겹고 고통스러워 이 모든 게 아주 빨리 끝나버리면 좋겠다는 심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멈춰 내가 죽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름이와 마지막 산책을 하며 익숙한
- 「나의 자살 연대기」 19. 아마존 (2020년 9월) 아들인 내가 죽으면 어머니는 한없이 슬퍼할 것이다. 누나 역시도 나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건 결코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이 하루하루 고통을 당하며 의미 없는 인생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내 인생이다
- 「나의 자살 연대기」 24. 마지막 산책 (2020년 9월) 나는 휴대폰을 켜고 저장해놓은 아마존의 번호를 눌렀다. “애견훈련소입니다.” 전에도 들어봤던 목소리다. 이 남자가 아마존의 소장인 것 같았다. “제가 며칠 여행을 떠나서 개를 맡기려고 하는데요.” “네, 가능합니다.” “전에도 제 개 맡겼었어요.” “그러시군요. 여행은 언제 가시나요?”
- 「나의 자살 연대기」 23. 자살의 장점 (2020년 9월) 노트에 적어놓은, 죽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 리스트에는 빠져 있지만 자살하기 전에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말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내 인생을 가감 없이 고백하는 이 글에서 그걸 모른 척 하고 덮어놓는다는 건 위선이다. 난 위선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 「나의 자살 연대기」 22. 마지막 소원 (2020년 9월) 벌써 목요일이다. 일요일 아침에 죽을 계획이니 이제 실질적으로 내게 남은 인생은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이렇게 삼일 뿐이다. 남은 삼 일간 특별히 해보고 싶은 일은 없었다. 그런 게 있었으면 벌써 했을 것이다. 자살하기 전에 여태 못해본 걸 해보자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아주 문제가 많다
- 「나의 자살 연대기」 20. 날짜를 정하다 (2020년 9월)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죽을지, 아름이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나자 나는 세부적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 천천히 담배를 피우며 벽에 걸린 달력을 들여다보았다. 어느 날에 죽어야 할까? 나는 달력을 바라보며 내가 죽을 날짜를 골라보았다. 평일은 안된다. 내가 자살한
- 「나의 자살 연대기」 18. 자살용 도구들 (2020년 9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9월이다. 날씨가 많이 서늘해졌다. 죽어도 괜찮은 계절이 도착한 거다. 여름에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빠른 부패 때문이다. 나는 죽기 직전에 가족에게 연락을 할 계획이었다. 내가 죽은 후에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안에 내 시신을 처리할 수 있도
- 「나의 자살 연대기」 28.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2020년 9월) 나는 미나의 조언대로 막노동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보내준 돈 백만 원은 아껴 쓴다고 해도 나와 아름이가 오래 버틸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정규 일자리를 구하는 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취업이 되었다 해도 월급을 받으려면 한 달을 일해야 한다. 내게는